
실은 3월4일 입학식 후 수강신청 진행전, 반대표와 컴퓨터관리자라는 근로장학생을 임시로 정하는 과정이 있었다.
나는 솔직히 반대표가 하고싶었다. 나서는것을 좋아하는 성격이기도하고, 입학식 당시에 내빈으로 참석하셨던 분들의 말씀을 들으니 2년간의 대학생활을 최선을 다해 해보고싶었다. 그렇지만 나의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반대표의 자리는 다른 형에게 넘어갔다. 나는 컴퓨터 관리자라는 근로장학생으로 선발되었고, 선배와 연락처 교환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근로장학생 업무 관련 지도교수님께 여쭤보았으나 일단 보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보류의 원인도 알지 못한채 패닉이 왔다. 나의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이렇게 되었구나. 반대표 형보다 먼저 선택권이 있었던 내가 차라리 확실하게 반대표를 하고싶다고했었더라면 어땠을까 계속 후회가 되었다.
그리고 그날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지도교수님과 개별 면담을 진행했었다. 같은 반의 학생M이 컴퓨터관리자직에 지원하면서 일시적으로 보류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친구와는 아직 한번도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나는 M을 안좋게보았었다. 강의 중 그 친구가 앉아있는 자리 주변을 보았을 때 마다 째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었다. 그 이유가 '근로장학생 자리 때문이었나?' 라는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개별 면담이 모두 끝난 후 M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컴퓨터 관리자 근로장학생을 두명 모집하는 줄 알고 지원한것이었는데 이렇게 되어 미안하다며. 같이 담배를 태우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았다.
같은 나이, 두명 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으며 그것도 두명 다 지하철 근무였다는것까지 말이다.
그리곤 M이 부모님 카드를 가져왔으니 괜찮으면 같이 밥을 먹지않겠냐고했다. 얼마전 아버지가 내게 '동기들하고 같이 밥을 먹거나 할 때 빼지않고 어울리는 것도 사회생활이다' 라고 하신게 기억나 그럼 커피는 내가 사겠다고했다. 같이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오해했었다는 걸 깨달았다. 공통점도 많고, 재밌는 아이였다.
그렇게 매일 학교에서 이야기도 나누고, 두명 다 점심을 먹으면 잘까봐 차라리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을 즐기는 파였기때문에 같이 카페도 가고 그러다보니 베스트프렌드가 되었다. 참 웃기는 일이다.
그리고 며칠전 교수님께서 노력해주셔서 근로장학생의 자리가 한자리 더 생기게되었고, 친구M과 나 모두 근로장학생이 되었다. 아직 확정까지는 아니지만, 되지않을까싶다. 참으로 다행이다.
강의 시간만 되면 옆의 학생Y는 계속 잠을 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졸다가 쓰러진다. 처음에는 '수업 분위기 안좋아지게 뭐하는거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첫날부터 쭉 나오지않는 학생들도 있는데 '학교는 잘 나오면서 왜 잠만 자는거지?' 라는 의문도 있었다. 실습 수업 중 Y가 잘 따라오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내가 도와주었고 Y는 내게 수줍게 고맙다고했다. 피어싱에, 강의 중에도 눌러쓴 모자와 잠에.. 그런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무슨 사연이 있는건가?' 하는 궁금증이 들었고, 기회를 지켜보다 Y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저녁에 알바하세요?' 라고 묻자 Y는 '네. 6시부터 10시반까지 알바해서 집가서 씻고하면 11시반정도가 넘어요' 라고 했고 '학교 성적도 중요하니 혹시 졸때마다 내가 깨워줘도 되겠냐' 라고 물었을때도 흔쾌히 고맙다고했다. 그리고 Y군도 흡연자였기때문에 같이 흡연을 하며 몇 마디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Y는 20살이었다. 부럽다. 그리고 좀 기특하기도했다.
내가 20살때는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지는 않았던것 같았는데 하며말이다. Y에게 몇가지 조언을 했다. '강의 시간중에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하는것, 잘 모르더라도 교수님이 반 전체에게 던지는 질문에라도 작게나마 대답해보기, 정 졸리다면 노트를 꺼내서 그림을 그리더라도 귀로는 강의를 들을것'을 이야기했다. 필요하다면 노트를 빌려주겠다고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Y군은 또 졸았다.. 그리고 가방에서 노트와 펜을 꺼내 Y군의 책상으로 슬쩍 밀자 Y군이 졸다가 깨더니, 펜과 노트를 가져갔다. 펜을 잡고 손을 움직이더니 기특하게도 졸지않았다. 나중에서야 확인하니 동그라미를 그리기도했다가, '졸리다'라고 열댓번을 적기도했다가,'고양이는 귀엽다'라고 적기도 했다가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 밖에도 여러사람들의 번호를 따고다니며, 꽤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바쁘고 정신없지만 재밌던 2주간이었다
실업급여, 알바 찾기, 수업 복습 등 아직 정신이 없지만
그래도 하루 하루가 설레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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